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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독] 삼성전자 주식보다 쌀 한 포대가 귀해진다? (곡물자급률, 수직농법, 식량안보)

농린이 2026. 5. 16. 07:50

한국의 쌀을 제외한 곡물자급률은 2022년 기준 약 3%대에 불과합니다. 이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믿기지 않았습니다.
밀, 콩, 옥수수 거의 전부를 해외에서 사오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농업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이 숫자가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는 걸 체감하게 됩니다.

 

식량 위기는 미래가 아닌 현재 진행형입니다

곡물자급률(Food Self-Sufficiency Rate)이란 국내에서 소비하는 곡물 중 국내 생산으로 충당할 수 있는 비율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외국이 안 팔겠다고 하면 우리가 자체적으로 먹을 수 있는 식량이 얼마나 되느냐는 지표입니다.

 

OECD 회원국 중에서도 한국의 이 수치는 최하위권입니다. 그냥 낮은 게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가장 먼저 식탁이 비어버리는 구조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식량농업기구(FAO)는 식량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국제 곡물 가격 급등이나 수출 규제 상황에서 취약성이 극대화된다고 경고합니다(출처: FAO).

 

제가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낀 건 이렇습니다. 농지는 계속 줄고 있고, 농업 인구는 고령화되고 있으며, 기후 이상으로 생산량 예측 자체가 불안정해지고 있습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졌을 때 국제 밀 가격이 단 몇 주 만에 40% 이상 폭등했습니다. 그때 저는 "아, 이게 진짜 식량 무기화의 예고편이구나"라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습니다.

 

현재 한국의 식량 안보 취약성을 구조적으로 보면 이렇게 정리됩니다.

  • 쌀·보리를 제외한 주요 곡물의 해외 의존도 95% 이상
  • 농경지 면적 지속 감소 (산업화·도시화에 따른 농지 전용)
  • 농업 종사자 평균 연령 67세 이상으로 고령화 심화
  • 세계 곡물 유통의 상당 부분을 소수 다국적 기업이 장악

세계 곡물 유통 구조에서 카길(Cargill), 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ADM) 같은 소수 다국적 애그리비즈니스(Agribusiness) 기업들이 전체 물량의 절반 이상을 통제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애그리비즈니스란 농업 생산부터 가공, 유통, 판매까지 아우르는 거대 농업 기업 생태계를 의미합니다. 이 구조 안에서 한국은 구매자일 뿐, 가격 결정권이 없습니다.

수직농법이 답이 될 수 있을까요

수직농법(Vertical Farming)이란 고층 건물 내부에서 층층이 작물을 재배하는 방식입니다. 노지 농업에 비해 단위 면적당 생산량을 대폭 높일 수 있고, 병해충 유입이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농약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이 아이디어를 처음 체계화한 사람은 컬럼비아대 환경학과의 딕슨 디스포미어(Dickson Despommier) 교수인데, 베트남의 다랑이 논에서 영감을 받아 이를 수직으로 세운 개념이라고 합니다.

 

흥미롭게 본 부분은 기술 자체보다 사회적 수용성 문제였습니다. 실제로 국내 한 대기업이 도심 수직농장 대규모 상용화를 진지하게 검토했다가 접은 이유가 '농민의 반발'이었다고 합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채소를 길러 바로 팔면, 전국의 농가가 서울 소비자를 잃게 됩니다. 처음엔 당연한 얘기인데 왜 그걸 생각 못 했나 싶었는데, 저도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농민과 수직농법이 상생할 방법은 없을까요. 제가 개인적으로 현실적이라고 보는 방향은 '농민 운영 도심 농장' 모델입니다. 기존 농민들이 도심 유휴 건물의 운영 주체가 되고, 기존 농지는 국가가 수용해 생태 숲으로 복원하는 방식입니다. 농민은 기후 재해에서 벗어난 안정적 재배 환경을 얻고, 국가는 평지 녹지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물론 LED 광원 재배 작물의 맛이 노지 재배에 비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취향 문제가 아닙니다. 식물이 해충의 공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생성하는 2차 대사산물(Secondary Metabolite), 즉 우리가 느끼는 쓴맛, 매운맛, 복합적인 향의 성분이 밀폐 환경에서는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2차 대사산물이란 식물이 생존을 위해 자체적으로 합성하는 방어 물질로, 항산화 성분이나 풍미 성분의 원료가 되기도 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단순히 빛의 양만 조절하는 게 아니라 스트레스 요인을 인위적으로 부여하는 정밀 재배 기술이 필요합니다.

식량안보, 지금 당장 농업 정책이 바뀌어야 합니다

식량안보(Food Security)란 모든 사람이 언제나 충분하고 안전하며 영양가 있는 식품에 접근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국제식량농업기구(FAO)는 이를 가용성(Availability), 접근성(Access), 활용성(Utilization), 안정성(Stability) 네 가지 축으로 정의합니다. 한국은 이 중 '가용성'과 '안정성' 두 축에서 구조적으로 취약한 상태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팜 누적 보급 면적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전체 시설 농업 면적 대비 비율은 아직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출처: 농림축산식품부). 스마트팜(Smart Farm)이란 IoT 센서, 빅데이터, 인공지능을 결합해 재배 환경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첨단 농업 방식을 말합니다. 기술 발전 속도는 빠르지만, 정작 현장 농민들이 이 기술에 진입하기까지의 초기 투자 비용과 교육 장벽이 여전히 높다는 게 제가 현장에서 느끼는 현실입니다.

 

제가 직접 스마트팜 시범 사업 현장을 다녀보니 가장 큰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누가 운영하느냐'였습니다. 고령 농민에게 태블릿으로 환경 제어를 하라는 건 사실상 진입 장벽을 세워두는 것과 다름없었습니다. 정책이 기술 보급에 집중되어 있고, 사람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결국 수직농법이든 스마트팜이든, 기술이 먼저가 아닙니다. 농민이 그 기술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게 식량안보 문제를 푸는 첫 번째 열쇠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로컬푸드(Local Food) 체계, 즉 생산지와 소비지 사이의 거리를 최소화해 이산화탄소 배출도 줄이고 신선도도 높이는 방식과 도심 수직농법을 결합하면, 농민도 살고 도시도 사는 구조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단, 그러려면 지금 당장 농업 정책의 방향이 '생산량 극대화'에서 '농업인 역량 강화'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식량 대란이 정말 20년 안에 올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합니다. 하지만 준비하지 않으면 가장 먼저 무너지는 나라가 한국이라는 전문가들의 경고는 이미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지금 농업직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 그리고 이 문제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수직농법이나 스마트팜 관련 정책 토론에 조금 더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은 이미 있습니다. 남은 건 사회적 합의와 정책적 상상력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c0_dxw6HHa8